침착맨의 최근 영상중에 ARS 괴담 컨텐츠가 있었다.
ARS로 전화를 걸면 괴담을 들려주는 컨텐츠인데, 그런게 있는줄도 몰랐지만... 영상을 보니 엄청 조악한 보이스웨어로 구성된게 추억돋았다.
근데 이 영상의 내용들중 내가 어릴때 들은 얘기랑 똑같은게 하나 있어서 생각난 일화가 하나 있다.
얘기인즉, 내가 들은 버전으로 풀자면...
옛날에 이런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산에는 귀신이 산다.
그 귀신과 눈이 마주치면, 다음날 토막살인 당해 죽는다.
그러니 산을 넘지마라.
어떤 나그네가 이런 얘기에서는 늘 그렇듯(왜 꼭 경고를 무시하는지 모르겠으나) 산을 타고 넘어갔다.
근데 이 나그네가 이런 얘기에서 반드시 그렇듯(왜 발걸음이 느린지도 모르겠으나) 산을 넘던 중 밤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온실속의 화초였던 나그네는 노숙을 하려는 근성이 없었고, 마침 보이던 근처의 모르는 초가집에 찾아갔다.
"누구 있습니까?"
집주인을 찾고자 하는데 불러도 아무도 안 나오더랜다.
방문에 살짝 난 구멍으로 들여다보니 그냥 온통 새빨간 방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김에 옆방가서 무단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산에서 내려온 나그네는 똑같은 소문을 다시 듣는다.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말해주며 헛소문이라고 하자, 동네 주민이 화들짝 놀라며 이런 얘기를 한다.
"귀신의 눈이 빨간색입니다."
여기서부터 어린시절 내 이야기.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난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이렇게 이해를 했다.
"아 귀신 눈이 빨간색이라서 온통 빨간 방 안에 숨어있는걸 발견하지 못한거구나!"
곤충의 보호색 같은 느낌으로, 빨간색 사이에 빨간 눈이 있었으니 나그네가 눈치를 채지 못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근데 아니었다. 뒷편의 해설집을 보니 서로 눈을 맞대고 붙어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상식선에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하나 있었다.
귀신과 문에 난 구멍을 사이로 눈을 맞대고 있다면, 그 사이에 빛이 없는 일종의 "암실"을 들여다본게 아닌가?
그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정상일텐데 왜 온통 빨간색으로 보였다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위 그림처럼, 내부가 암실이라면 반사광이 없기에 귀신의 눈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왜 빨간색이 보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해를하기위한 온갖 사고실험끝에 "귀신 눈이 빨간색으로 빛이 난다면 충분히 빨갛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온갖 귀신 영화나 컨텐츠에서는 귀신은 늘 안광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도 생각났다.
따라서 나는 내 모델링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리고, "모든 귀신은 눈에서 빛이 난다." 라는 가설로 이야기를 완성시킨 뒤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냥 괴담적 허용임을 알게된건 교복을 입은 뒤였다.
나는 태어났을때부터 이과를 갈 운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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