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롯데리아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우스워진 시대에 살고있다.
우리 집 주변에는 버거킹도 있고 맥도날드도 있다.
빅맥의 야채향도 나쁘지 않고, 기네스 와퍼의 검은 빵의 식감은 기성품 햄버거중 압도적이라고 칭할만큼 훌륭한 맛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롯데리아, 그중에서도 더블엑스버거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더블엑스 세트를 배달시켜서 먹는다.
감자튀김을 좋아하기에 양념감자는 따로 추가하고 콜라는 제로콜라로 바꿔서 먹는다.
배달이 오면 방안을 밝게하고 유튜브를 보며 먹는다.
그러다보면 가끔씩, 유튜브를 보다말고 떠오르는 옛날 생각이 있다.
초등학교를 막 입학했을무렵, 엄마와 형과 함께 외출을 나가면 그날 점심은 반드시 롯데리아에서 해결했었다.
그 때 우리동네의 롯데리아는 2층짜리 건물이었는데, 형은 메뉴판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며 맨날 다른 메뉴를 먹는 편이었지만 나는 뭘 먹을지 말하지 않아도 엄마가 알아서 주문해줄만큼 늘 같은 메뉴를 고집해왔다.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햄버거와 감자튀김 냄새, 기름진 향이 물씬 풍겨오는것을 느끼며, 감자튀김 기계에서 들리는 전자 알림음이 매장 안에서 시끄럽게 들리면 롯데리아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마가 주문을 하고있는 사이에 형과 나는 먼저 뛰어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의 통유리로 바깥 도로가 보이는 자리에서 앉아서 장난을 치다가 햄버거를 기다리는 시간이면 창밖을 보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뭔지모를 영어가사로 시작해서 햇살이 어떻고 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가 장나라의 Sweet Dream인것은 먼 훗날, 20대가 되어 슈가맨을 보다가 알게됐다. 노래를 듣자마자 "어, 롯데리아노래다!" 하면서...)
"햇살은 나의 창을 밝게 비추고 반쯤 눈을 떴을 땐 그대 미소가 나를 반겨요"
노래 가사처럼, 낮시간의 통유리 건물이라 그런지 롯데리아 2층은 온통 햇살로 가득찼다.
괜히 밝은곳이라서 어딘가 여유로워지고 가만히 노래를 듣다보면 엄마는 햄버거를 들고오셨다.
버거는 3개였고, 그중에서 '불갈비버거'는 늘 내것이었다.
기다란 빵에 짭조름한 불갈비 소스의 맛. 지금이라면 그닥 좋아하지 않을 맛이지만, 그때는 약간 매콤하기도 한 그 소스맛이 입에 잘 맞았다.
불갈비버거를 다 먹어갈 즈음이면 오늘 하루의 행복이 끝나가는 것 같다는 불안감도 들어서 '어떻게해야 하루종일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했던 기억도 난다.
양손 가득 기다란 빵을 잡고 먹으면서 창밖을 보다가 가족 셋이서 시덥잖은 얘기를 하던 그 기억.
롯데리아는 나에게 밝은 오후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입맛이 많이 변해서 치즈버거를 좋아하게 됐다.
내가 찾던 불갈비버거는 단종이 되었고, 매장까지 가기보단 배달을 선호한다.
내가 올려다보던 엄마의 커다란 손은 이젠 많이 작아져서 내가 내려다보게 되었고,
열을내며 싸우다가도 금세 다시 놀기를 반복하던 형과는 명절에나 한번씩 보는 사이가 되었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불갈비버거를 먹으면서 내내 고민했지만, 20년이 지나 더블엑스를 먹는 지금도 방법을 모르겠다. 오히려 행복할 고민보다는 불행하지 않기위한 강박적 행동들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롯데리아를 먹는 잠깐의 시간에는 밝은 오후가 생각난다.
눈을 잠깐 감고 떠올리면 그 때 듣던 노래의 멜로디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롯데리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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