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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일상

발치와 임플란트 소감문. 이가 아프면 주저없이 치과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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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으셔야 해요."

"...네?"

 치과 의사 선생님의 어금니 진단.

 

 

 초등학생때, 돼지갈비를 먹다말고 아랫턱을 부여잡고 아프다고 인상을 썼던 기억이 있다.

 중학생때는 처음으로 신경치료를 받았다. 생각보다도 훨씬 아프고 괴로운 치료였고, 정말 긴 치료였다.

 고등학생때는 다시한번 통증이 찾아왔다. 이 때 신경치료를 다시 받고, 신경 깊숙히 기둥까지 박아넣는 치료를 진행했다.

 그리고 만 26세 지금. 또 입의 한 구석에 통증이 극심하게 찾아왔다.

음식을 먹을때마다 누군가 내 이 속을 바늘로 후벼파는듯 자극이 온다.

롯데리아 더블엑스 세트를 시켜놓고 감자튀김 두개밖에 먹지 못할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게 된다.

치통은 그런것이다.

 

그래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어느 주말에 치과로 향했다.

사실 처음엔 사랑니가 아픈건지 어금니가 아픈건지도 헷갈렸다.

나는 사랑니가 4개 모두 정말 바르게 난 편이지만, 혹시나 아플수도 있는거니까. 사랑니가 아픈거면 주저없이 뽑고자 치과로 찾아갔다. 혹시 어금니가 아픈거면 치료를 하고!

 

"뽑으셔야 해요."

"...네?"

 

내 어금니에 대해 내린 의사선생님의 진단이었다.

사실 사랑니와 다르게, 어금니는 선뜻 뽑겠다는 결심이 서질 않는데 아픈것도 걱정이지만 잘 사용하던 이를 뽑는다는 신체훼손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훨씬 큰 것 같았다.

다만 의사의 설명에 따르면, 신경치료를 받은 이는(특히 신경치료 후 기둥까지 박았다면) 더이상 치료 가능성이 없어서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한다고 하더라.

 

입을 벌린채로 누워있는 나를 두고 선생님들끼리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 이건 뽑고"

"음 그럼 준비할까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난 이를 뽑을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디...?

 

"어어억 어억 어어"

 

그제서야 내 개구기를 빼준 의사분들에게 열심히 의견을 피력했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그랬더니 바로 뽑지 않을거라면 우선 약을 줄테니 일주일정도 차도가 있는지 확인 후 다시 내원하라고 진단을 주셨다.

 

 

 

그렇게 일주일간 약을 복용한 뒤, 나는 다시 다른 치과로 향했다.

여전히 아팠기 때문이고, 혹시나 다른 치과라면 다른 진단을 내려줄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감때문이었다.

 

"뽑으셔야 해요."

"...예"

 

소름돋도록 정확히 일치하는 진단이었다. 역시 의사들은 정확하구나.

어짜피 어딜 가도 같을거라는 판단 하에, 바로 그 자리에서 발치와 임플란트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발치하고 바로 임플란트를 박은 이유는, 아플거면 한번에 아프자는 마인드였다!

 

신경치료 받은 이의 기둥이 박힌 부분까지 전부 하얗게 보인다.

 

신경치료 받은 이의 아랫부분 뼈가 녹아있는 것으로 보여서 우선 이를 발치하기로 한다.

발치를 앞두고 임플란트 가격 등 이런저런 상담을 해주시는 간호사분께 한가지 질문을 드렸다.

 

 "아픈가요?"

 "어...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ㅎㅎ"

 

살짝 수치스러웠다. 그치 당연히 아프겠지.

그렇지만 나의 공포는 수치심을 가볍게 이겨냈고, 없던 용기를 쥐어짜서 한가지만 더 물어보기로 했다.

 

 "의미없는 질문인거 잘 아는데... 혹시 신경치료보다도 아픈가요?"

 "신경치료보다는 덜 아파하시더라구요."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너무 하남자같은 질문이었다.

어쩌겠는가. 누가 발치앞에 당당하겠어?

 

이후 발치하기 전 가글로 1차 마취를 진행 후 주사 마취까지 받고 나의 치료가 시작됐다.

아프면 참지말고 소리를 내라는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발치가 시작됐다.

참고로, 나는 발치가 21세기답게 뭔가 고도의 수술기술이 접목된 방식일 줄알았는데... 그냥 집게로 잘 흔들어서 힘줘서 빼는거더라 ㄷㄷ

근데 발치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를 잡고 흔들자마자, 너무아팠다. 

아아악! 소리를 내니 의사선생님께서 고개를 갸웃 하시다가 마취 주사를 한 번 더 놓아주셨다.

그리고 잠시 후 발치를 다시 하는데도 여전히 아팠다.

계속 아악 아악 소리를 내다보니 주사를 한 번 더 놓아주시고, 이후 시술은 내가 소리를 내는 것과 무관하게 진행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염증이 있어서 그런지 마취가 잘 안 들은 것 같다. 잇몸이랑 입술 감각은 다 죽은게 맞는데 이만 엄청 아팠다 ㅠ

 

명수아저씨... 당신이 옳았습니다.

 

한 5분정도, 열심히 흔들던 이가 우지직 소리를 내더니 뭔가 시원한 느낌과 함께 뽑혔다는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임플란트 시술이 시작되었다.

 

약 10분의 시간동안 나는 열심히 비명을 질렀다.

 

"아! 아아! 아아아!"

 

이런 나의 비명에 의사선생님의 대답은,

 

"오잉? 아프죠?? 아이 아프다 ㅠㅠ"

 

그래 뭐 따로 해주실 말씀은 없는거 아는데... 그럼 아프지 안 아프겠냐구요.

 

임플란트가 박힐때의 느낌이라면, 생각보다 정말 깊이 박힌다.

드릴소리도 폭력적이지만 이 드릴소리에 맞춰서 온 얼굴뼈가 진동하는 느낌이 정말 불쾌하다 ㄷㄷ

그리고... 이게 마취가 덜 된건지, 원래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아프다!

엄청 아프다. 그 고통이 살을 찢는 고통같은것이면 참아보겠지만, 뭔가 신경이 찌릿하게 아픈 생소한 느낌의 것이라서 혹시 의료사고라도 나면 어떡할지 상상하게된다.

 

신경을 잘못 건드려서 나는 불구가 되고, 그런 나를 위해 거리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젊은 청년을 살려내라! 의료계는 반성하라!"

구호를 외치며 내 영정(안죽었음)을 들고 행진하는 사람들.

이런 상상을 하다보니 두려워졌다. 나는 열사가 될 생각이 없는데? 강제 열사인가?

 

망상이 꽤 디테일해지고 있을 즈음, 겨우 임플란트 시술이 끝나고 의자를 세워주고나서 1분정도, 눈물을 닦고있었다.

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운다는데, 임플란트를 3번한다는 소리인가 싶다.

 

저거 하나 박는게 쉽지않았다 정말

 

이런 모양으로 기둥까지만 박아뒀다.

이후 3개월동안 뼈가 아물도록 자리잡아야하고 그 뒤에는 이빨모양 보형물을 임플란트에 끼울 예정이라고 한다.

임플란트 직후에는 지혈 목적으로 거즈를 물어야 했다. 그리고 처방약을 줬는데, 하나는 괜히 마취가 풀려서 아프기 전에 바로 먹었다! (나중을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거즈를 갈아서 총 4시간동안 입에 물고있었다. 근데... 피가 줄긴했지만 멈추질 않아서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제 자야할 시간인데, 지금 자는게 내 마지막 기억은 아닐까?

자고 일어났더니 하얀 베개가 빨간색이 돼있는건 아닐까?

피가 기도로 넘어가서 죽을수도 있을까?

그럼 엎드려잘까?

그럼 피가 줄줄 새서 과다출혈로 죽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잠들었다. 피로는 강력했고, 몸은 솔직했다.

 

 잠들고나서 2시간 뒤. 새벽3시였다. 이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깼다.

뭔가 욱신거리는 느낌보다는 살이 찢어진 것이 느껴져서 좀 더 날것의 통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턱을 부여잡고 온 집안을 겨우 수색해서 구한 타이레놀 두 알.

코로나 초창기에 산것같은데 타이레놀이 유통기한이 있던가? 라는 생각을 타이레놀을 일단 먹고나서 해봤다.

유통기한 있으면... 속좀 아프겠지 뭐.

잠시 후, 약기운이 돌았는지 30분쯤 뒤에는 덜 아파져서 그대로 다시 잠들었고, 수면패턴이 망가져서 다음날 저녁이 돼서야 잠에서 깼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때부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간간히 피맛이 나는것 말고는 가볍게 양치도 가능해졌고, 이래저래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은 느낌이다.

 

이제 남은과제는 2주뒤 실밥을 풀고 3개월 뒤 보형물을 끼우는 것.

이 과정은 임플란트를 심는것보다 아프지는 않을테니 그나마 다행이다.

치과는 아프면 바로바로 가자.

안 그러면 정말 괴로워진다 ㅠ

 

 

 

+) 뽑은 이빨은 테이블에 놓여진걸 잠깐 봤는데, 아랫부분이 새까맣게 썩어있더라. 안 아픈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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