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님. 우리 전주가야됨."
"예?"
약 한 달 전, 직장 동료의 뜬금없는 전주 여행 제안이 있었다.
평소같으면 잘 모르겠지만, 나도 여행이 너무나도 가고싶었던 타이밍이기도 해서 회사 사람들을 좀 더 모아 여행을 가기로 했다.
자매갈비전골을 꼭 먹으러 가야된대나, 뭐래나... 대체 그게 뭐길래??
어쨋든 우리의 갈비전골 원정대는 뜬금없이 조직되어, 용산역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용산역에서 전주역으로
용산역에서 약속시간에 모두 모인 뒤 KTX로 출발했다.
출발시간은 약 오전 08시. 그럼에도 역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붐벼있었다.
나도 사실 타고나서야 처음 알았지만, 이게 내가 처음 타보는 KTX였다.
그동안 탄게 ITX / SRT / 그외 일반 기차밖에 없었다니...
그래서 KTX는 뭔가 좀 다를거라고 기대하면서 탔는데 무궁화호랑 다를게 없더라...ㅋㅋ
약 두시간동안 기차에서 잠을 보충하고나니 전주역에 도착했다.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전주역의 생김새!
기와를 얹은 역의 모습을 보니 일단 시작부터 "아 내가 여행을 오긴 왔구나~" 라고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성숙한 소비자들은 이런 사소한 디테일에 감동하는 법이지 ㅇㅇ
전주역에서 따로 볼 일이 있는건 아니어서 좋은 날씨를 만끽하며 바로 다음 목표지로 향했다.
진미반점
전주역에서 걸어서 20분정도 거리에 있는 중화요리집, 진미반점.
전주에 오면 무조건 들러야하는 유명한 맛집... 의 느낌은 아니고, 숨은 로컬맛집의 성격이 강하다.
우선 큰 길에 있는 번듯한 식당이 아닌, 골목 사이에서 잘 찾아가면 나오는 흔한 중화요리집처럼 생겼는데
여기를 무조건 가봐야 한다고 추천해준 동기의 말을 믿고 들어가보기로 한다.
우선 이런 구석진곳에 있음에도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는점에서 맛집의 기운이 강하게 났는데, 동기의 추천에 따라 우리 모두 물짜장으로 통일해서 주문하기로 했다.
근데 이걸 들은 주인 아주머니께서 "먼길에서 온 것 같은데 다양한 메뉴로 주문해야하지 않겠냐"며
우리 주문을 반려하셨다...ㄷㄷ
그래서 이어지는 긴급한 메뉴회의끝에, 된장짜장 2인분과 물짜장 2인분, 탕수육(대), 차돌 해물짬뽕 1인분으로 주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날이 너무 밝긴 했지만 연태고량주도 한 병 주문했다!
음식이 나올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니 먼저 연태고량주를 따서 한잔씩 마시려던때, 사장님께서 갑자기 짜장을 주셨다.
다들 머리위에 물음표만 가득띄우고 있었더니 사장님께서 밑반찬에 먹지말고 안주로 먹으라고 짜장만 퍼서 주신거라고 설명해주셨다.
짜장 맛이야 당연히 훌륭했다. 이렇게 면없이 짜장만 퍼서 먹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고 고기향이 아주 강해서 보통 정성으로 만든 짜장이 아니라는 걸 나같은 맛알못도 잘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맛보다도 놀라웠던건 장사 수완 또는 그냥 센스라고 부를 수 있는 사장님의 임기응변.
경험에서 나온것일지, 안주라고 짜장을 퍼서 주는모습이 생소한 우리에겐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특히 연태고량주의 파인애플향을 짜장의 짠맛으로 잡아주는게 어딘가 단짠조합의 느낌도 나고... 이래서 살아남는 식당이 강한거구나 싶었다 ㅋㅋ
홀짝홀짝 연태고량주를 마시고있다보니 금방 메인 요리들이 나왔다.
괜히 여러 메뉴로 시키라고 우리 주문을 반려한게 아니다 싶었다.
물짜장 얘기만 듣고 간만큼 물짜장에 기대가 컸는데, 확실히 예찬할만하더라.
해물 맛도 좋았고, 일단 짜장면이 아닌 것 같은 요리였다. 애초에 색이 붉은색이라서 그냥 다른 요리를 먹는 느낌으로 즐기면 좋을 맛이었다. (다만 내입맛엔 좀 매웠다. 맵찔이라...)
다만 가장 특이하면서도 맛있었던것은 된장짜장이었는데, 익숙한 된장맛이 면과 어울릴거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적당히 묽은감을 유지해서 비빔국수같은 식감으로 잘 넘어가게끔 만들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
또, 해물차돌짬뽕에서는 강한 해물향이 인상적이었는데, 음식중 모자랄 수 있었던 국물을 적당히 채워줄 수 있어서 틈틈히 국물을 찾아먹었다.
종합적으로, 내가 가본 중화요리집중 최고였다. 다른 사람의 평가도 그닥 다르지 않았던 것을 보면 진짜 훌륭한 맛집이 맞는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맛있게 먹어서 시작부터 기대치가 너무 올라간 감이 있지만, 아무튼 기분좋게 점심을 먹는 일정으로 전주여행을 이어갔다.
베스트 웨스턴 플러스 전주 호텔
식사 직후이니 간단하게 산책을 해봤다.
근처 카페까지 걸어가는 길만 하더라도 전주역 앞은 잘 꾸며뒀는데, 마침 무슨 거리축제 기간이 겹쳐있는지 한창 부스운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후 도착한 카페 한올에서 앉아서 좀 쉬다보니 창밖에 하얀 새들이 무리지어있어서 신기해서 찍어봤다.
... 근데 양이 좀 많다.
갈매기를 닮았지만 갈매기일리는 없고,,음?
확대해서보니 너무 많이 보여서 뜬금없지만 역시 뭐든 멀리서 보는게 좋다는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아직 체크인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앞에 덕진호를 가로질러서 갈 수 있는 돌담길이 있어서 이쪽으로 산책을 이어갔다.
뭔가 특별한 기념물은 아닌 것 같은데, 호수를 가로지르도록 길을 참 잘 꾸며놓아서 봄/가을에 지나다니기에 참 좋은 거리라고 생각했다.
여름엔... 뭔가 모기가 많을 것 같다 ㅋㅋ
덕진호 주변 거리 산책을 마치고, 건너편 대로에서 버스를 타서 우리 숙소인 베스트웨스턴플러스 전주호텔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버스가 엄청 막히는점은 미리 알고가면 좋을 것 같다 ㅠ
거의 마지막 두 정류장에서만 15분정도 정체된 것 같았으니ㅠㅠ
앉을 자리가 없어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 가는데, 너무 더웠다!
호텔은 생각보다 뜬금없는 위치에 있었는데, 일단 한옥마을까지 걸어서 이동할 거리에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싶었다.
6인실로 예약했는데 방을 두 개 주길래 처음에는 숙소를 잘못 예약한 줄 알고 놀랐다.
뭔가 문이 두개라는 듯 말하는 것도 그렇고, 무슨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갔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6인실이 3인실 2개를 붙여놓고 통로로 뚫린 구조라서 6인실이었던것!
나는 이런 구조를 처음봐서 좀 신기했다 ㅋㅋ
오히려 잘때는 공간도 분리돼있으니 좀 더 개인적인 느낌도 있고 화장실도 두개인 셈이니 만족스러웠다.
다만, 가격에 비해 즐길만한 퍼실리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데, 헬스장은 안에 아무 것도 없었고 (아령 몇개만 있던 것 같다.) 나머지 시설은 별도 결제가 필요했다.
잠만자기엔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도 풀고 휴식도 약간 취했으니...
진짜 한옥마을 여행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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